넓은 공간을 따라 자유로이 움직이려는 습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은 철저한 수직적 구획을 통해 그러한 욕구를 억압하며 또한 쇠창살처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사무실을 하나의 감옥처럼 그리고 있다. 물리적인 감시는 필요하지도 않으며 다만 유리궁전은 누가 더 멋드러진 감옥을 지었는가를 자랑할 뿐이다.
허무주의나 거창한 저항정신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없다. 유리창 뒤의 그들은 벽을 허물려고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벽이 무너지면 건물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벽은 그저 공존한다. 다만 벽에 기대지 않음으로서 최소한 스스로 서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고자 할 뿐이다.